에세이
당신은 어디에 살고 있나요?
카페에 앉아 노트를 끄적이고 있었습니다. 옆 테이블에서 회사 이야기가 쉴 새 없이 들려옵니다. 상사가 어떻고, 업무가 과하고, 워라벨이 없다고.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만든 회사에 구성원으로 들어간다는 건,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에 합류한다는 뜻입니다. 그 안에서 내 맘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애초에 없습니다. 아무리 직급이 높아지더라도 나는 늘 컨트롤당하는 쪽입니다. 내가 원하는 자리는 언제나 한정적입니다. 그런데 그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들은 내부에도, 외부에도 차고 넘칩니다. 모두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꺼이 자기 자유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시스템에 사람들이 머무는 이유도 있습니다. 안정적인 경제적 보상,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 이 시스템 안에서의 삶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며, 다른 방법은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은퇴 시기까지 동일하게 정해주는 가장 편리하고 안락한 인생을 보장해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고 경쟁이 치열한 시스템은 포춘500, S&P500일 것입니다. 이곳에 입성한 사람들은 넉넉한 경제적 보상뿐 아니라 노후 보장,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 꽤나 성공한 이미지까지 보너스로 얻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도 자유는 없습니다. 애초에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자유를 계속 찾으니, 매일 아침이 썩 맘에 들 리가 없습니다.
산업혁명 이후부터, 나의 할아버지 세대부터 아버지 세대를 거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까지, 자본주의 아래에서 회사라는 시스템은 가장 효율적이고 자본 증식이 쉬운 대표적인 구조였습니다. 인간의 노동력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되면서 교육도 결국 이 시스템을 위해 존재했습니다. 누가 더 경쟁력 있는 스펙을 갖추느냐의 게임. 아이비리그, SKY — 이런 이름을 거머쥔다는 건, 시스템이 원하는 경쟁에서 이미 큰 승리를 쟁취한 것이었고, 가장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는 특권을 얻은 것이었습니다.
나 역시도 이 세상 말고 다른 세상은 알지 못했습니다. 시스템을 벗어나 다른 길로 가려는 사람들을 마치 주류가 아닌 길, 괜한 고생길을 선택하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도 이 시스템의 일부였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세상엔 하나의 시스템만 있지 않았습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뉴욕에 방문하셔서 평일에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평일임에도 레스토랑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장모님은 신기하신 듯 물어보셨습니다.
"여기 이 사람들은 다들 일 안 하는 사람들이냐? 아니면 회사에서 높은 사람들이냐?"
"여기 이 사람들은 다들 일 안 하는 사람들이냐? 아니면 회사에서 높은 사람들이냐?"
식사를 하는 도중에 주변 사람들을 슥 바라봅니다. 코너 저 만치에 르노 안경을 멋지게 걸치고 화이트 와인을 마시며 초안을 작성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 옆에는 방과 후 초등학생들을 그룹 트레이닝하는 프리랜서 코치가 주문을 막 마치고 스케줄을 확인합니다. 내 옆을 요란하게 지나가며 쉴 새 없이 생각을 쏟아내는, 이제 막 시작한 듯 보이는 스타트업 팀원들이 자리에 앉습니다. 얼굴이 꽤 낯이 익은 패션 크리에이터의 모습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 작은 식당 안에서도 참 다양한 세상들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각자가 택한 저마다의 세상에서, 불안과 불평도 있고, 자유함도 있습니다. 이 세상엔 단 하나의 시스템만 있지 않습니다. 세상에 S&P500만 있지 않습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애초에 회사라는 시스템엔 자유가 없으니 불평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사는 세상이 어떤 구조로 된 세상인지 이해하고, 나는 과연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자유를 얻고 싶으신가요? 무엇을 얻고 싶으신가요?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내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면, 그 속의 살고 있는 내가 보입니다.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생각이 시작될 것입니다.